본문 바로가기

실생활 법률 가이드

이사 후 벽에 곰팡이·천장에서 누수… 집에 문제가 생겼을 때 법적으로 이렇게 대응하세요

이사를 하고 며칠이나 몇 주가 지난 후,
새로 입주한 집에서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거나
벽면에 까맣게 곰팡이가 피어나는 걸 발견하는 순간,
그 감정은 분노나 놀람보다도 ‘망했다’는 절망감에 가깝다.
이미 짐을 다 풀었고, 보증금도 지불했고, 심지어 전세 또는 월세 계약서에 ‘특이사항 없음’이라고 적혀 있는데…
지금 이 문제를 누구에게 말해야 할까?
과연 이게 내 책임일까, 아니면 집주인의 책임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곰팡이와 누수는 임차인의 책임이 아닌, 임대인의 책임일 수 있다.
특히, 문제가 건물의 구조적 결함이나 노후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면,
법적으로도 임대인이 이를 보수하고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들이 명확히 존재한다.

이사 후 곰팡이 누수 대응법

1. 곰팡이와 누수, 그냥 위생 문제일까?

곰팡이와 누수는 단순히 보기 싫은 미관의 문제를 넘어서,
실제로는 건축 구조, 배관 상태, 환기 설계 문제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는 현상은 윗집 수도 배관이 터졌거나,
옥상 방수층이 손상돼 발생하는 것이며,
곰팡이는 외벽 단열이 부족하거나 창틀의 기밀성이 낮아 결로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때 피어난다.
이런 현상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건물 자체의 설계 결함이나 장기적인 관리 부실로 생기는 구조적 문제다.

특히 이런 문제는 이사 전에는 눈에 띄지 않다가,
겨울철처럼 기온 차가 크고 습도가 높은 시기나 장마철이 되어서야 비로소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즉, 임차인이 아무리 신중하게 집을 둘러보고 계약했더라도,
곰팡이나 누수의 발생을 사전에 예측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2. 집주인은 “이사할 땐 문제 없었잖아요”라고 한다면?

곰팡이나 누수가 발생했을 때
대부분의 임대인(집주인)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사할 때는 멀쩡했는데, 이거는 세입자 사는 동안 생긴 거 아닌가요?”
또는 “결로는 환기를 안 해서 생기는 거예요. 세입자 탓이죠.”
그러나 법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대한민국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목적물을 사용·수익에 적합한 상태로 제공하고, 임대차 기간 동안 그 상태를 유지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집주인은 단순히 집을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
세입자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문제가 생겼을 경우 수리할 책임이 있다.

곰팡이·누수처럼 위생이나 주거 안전을 위협하는 결함은,
임대인이 이를 계약 체결 시 숨겼거나 사전에 고지하지 않았을 경우,
명백한 계약상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3. 실제 법원 판례에서 임대인의 책임을 인정한 사례

곰팡이나 누수로 인해 소송까지 가는 경우는 실제로 꽤 많다.
그 중 대표적인 판례를 소개한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단5201281 판결

  • 사건 개요 : 원고(세입자)는 이사한 지 2개월 후, 거실 벽면과 천장에서 누수가 발생해 곰팡이가 퍼졌고, 건강상 문제(기관지염 등)까지 유발되었다고 주장.
  • 피고(집주인)는 “이전 세입자도 아무 문제 없었고, 임차인의 환기 부족이 원인”이라고 반박.
  •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건물의 누수는 구조적 결함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며,
     임차인은 이를 사전에 인지하기 어려웠고,
     임대인은 임대차계약 당시 하자에 대해 고지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 월세 일부 반환,
  • 곰팡이 제거 비용 및 소독비 전액 배상,
  •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100만 원 지급을 명령했다.

🔹서울북부지방법원 2013가단22936 판결

  • 사건 개요:
     원고(임차인)는 서울의 다세대주택에 전세로 입주했으나,
     입주 직후부터 안방 벽면과 천장에 곰팡이와 누수가 발생해
     의류와 가구 일부가 손상되고, 가족 모두가 피부염과 호흡기 증상을 겪음.
     이에 따라 집주인(피고)에게 하자 보수 및 손해배상을 청구.
  • 임대인의 주장:
     피고는 "세입자의 환기 부족, 난방 미사용 등 거주 습관의 문제"라고 주장하며
     책임이 없다고 반박.
  • 법원의 판단:
     재판부는 현장 사진과 피해 물품 사진,
     곰팡이균 검출 결과, 피부과 진단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다음과 같이 판시함: “곰팡이 및 누수는 단순한 거주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건축 구조적 결함에서 기인한 것이며, 피고는 이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임차인에게 고지하지 않았다.”
  • 판결 요지 및 결과:
     ✅ 임대인의 고지의무 위반 인정
     ✅ 임차인에게 물품 손해 140만 원,
     ✅ 치료비 및 위자료 포함 총 280만 원 배상 명령

이 판례는 곰팡이와 누수라는 문제에 대해
명확히 임대인의 책임을 인정하고 손해배상까지 판결한 사례로,
다른 유사한 사건에 있어서도 참고 판례로 자주 활용된다.

4. 곰팡이·누수가 발생했을 때 실제로 이렇게 대응하세요

첫째, 현장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한다.
곰팡이나 누수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문제를 인지한 시점에 바로 사진을 찍고,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남겨 두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때 날짜와 시간 정보가 함께 기록되면 좋다.

둘째, 임대인에게 문자나 카카오톡, 이메일 등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통보한다.
구두 통화는 추후 분쟁 시 증거로 남기기 어렵다.
“○○월 ○○일 ○○위치에서 곰팡이가 발생했고, 원인 조사 및 조치를 부탁드립니다”라는 식으로 정중하면서도 객관적인 표현을 써서 전달한다.

셋째, 집주인이 무대응일 경우, 내용증명 발송을 고려한다.
내용증명은 법적 효력은 없지만, 분쟁 시 ‘이의를 제기했다’는 공식 기록이 되므로 매우 중요하다.
통상적으로 이 단계에서 집주인이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

넷째,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거나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보증금 일부 반환, 수리비 청구, 위자료 청구 등은
임차인의 권리이며, 판례에서도 이를 인정받은 경우가 많다.

5. 계약서에 하자 관련 특약이 없다면? 오히려 임차인에게 유리하다

대부분의 임대차 계약서에는 ‘현 상태를 확인하고 임차함’ 또는
‘추가 하자 없음’이라는 문구가 있다.
하지만 이 문구가 곧 모든 책임이 세입자에게 있다는 뜻은 아니다.

건물 구조적 하자, 지속적 누수, 결로 발생은
임차인이 일상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문제이며,
임대인은 이를 명확히 고지하지 않았다면 계약상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간주된다.
즉, 특약이 없다고 해서 임대인의 책임이 면제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아무 특약 없이 문제가 생긴 경우,
법률상 임대인의 기본 의무를 기준으로 판단하게 되므로 임차인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6. “귀찮으니까 그냥 참자”는 가장 나쁜 선택

누수와 곰팡이는 단지 불쾌한 환경에 그치지 않고
건강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어린 아이나 노약자가 거주할 경우,
호흡기 질환, 아토피, 알레르기 등을 유발할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그런데도 ‘괜히 싸움 되면 더 피곤하니까 그냥 넘기자’는 마음으로 방치하면,
그 피해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커지게 된다.

지금이라도 곰팡이 냄새가 난다면,
혹은 천장 벽지에 얼룩이 번져간다면,
그건 내 몸에 들어오는 곰팡이 포자와 싸우고 있다는 뜻이다.
이건 단순히 집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권 보호와 건강권의 문제다.